연어의 다시보는 영어 (35) 함께 생각해보기 : 전치사는 어떻게 골라잡아야 할까요?

연어의 다시보는 영어 (35) 함께 생각해보기 : 전치사는 어떻게 골라잡아야 할까요?

연어입니다. @mattchoi 님께서 with편 글에 함께 생각해 볼만한 질문을 하나 주셨습니다. @mattchoi 님 허락 없이 그대로 캡쳐해서 한 번 올려 봤습니다. 죄송합니다 ( ;) 꾸벅..

좋은 질문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보팅도 좀 해드렸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과 소통하는(=보팅 잘 주고 받는 ㅋㅋ) 연어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mattchoi 님 질문의 요지는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단어를 골라 잡을 때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감안해서 해야만 하는 것인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 입장에서 이런 어려움들을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 원론적으로 배운 내용과 실제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방식이 다르게 느껴질 때 어떤 기준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저는 결국 이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배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느낄 법한 공통적 트라우마는 아닐런지요?

사실 이 부분에 대한 제 의견을 적어보기 전에, 실제 @mattchoi 님의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확인하고자 미국인 친구에게 SOS를 한 번 쳐보았습니다. 대답은 ‘뭐가 문젠데?’ 입니다. 친구의 말뜻은 ‘심각한것도 아닌데 그런 세세한 것까지 따지다가 어느 세월에 말 한 번 배워보겠니?’ 뭐 이런 셈이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답변도 그러합니다. 제가 비유를 한 번 들어볼까 합니다. 저는 3년 정도 마카오에 살고 있는 양양님 @yangyang 과 언어 교류를 해 왔습니다. 저는 중국어를 배우고, 양양님은 한국어를 배우고.. 원래는 이런 취지였으나 제가 배움에 게으름이 있던 관계로 양양님만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는 꼴이 되어 왔지만 말입니다. 양양님의 한국어 습득에는 저한테 배운 것도 있겠지만 본인이 책이나 여타 직간접적 경험에 의해 배운 것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국인이 공부할 때 쓰는 한국어 사전을 보면 ‘~에게’와 ‘~한테’는 같은 뜻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럼 뜻이 같다고 디테일한 사용처가 같을까요? 자, 한국인이 우리 입장에서 보면 다음 두 문장이 똑같다고 할 수 있을까요?

  1. 그거 나에게 줘.
  2. 그거 나한테 줘.

위 두 문장을 한 5번만 되뇌어 보시기 바랍니다. 회화형 문장임을 감안하더라도 의외로 두 번째 문장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나요?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회화에서 ‘나에게 줘’ 보다는 ‘나한테 줘’를 더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나에게 줘’가 틀린 것도 아닌고, 안쓴다고도 할 수 없고, 이해 못한다고는 더더욱 할 수 없습니다. 다음 예문도 볼까요?

  1. 그것 저에게 주십시오.
  2. 그것 저한테 주십시오.

앞의 예문에선 약간 어색하게 느껴졌던 ‘~에게’가 이번엔 보다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만약에 이런 현상들을 외국인이 묻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답해줄 수 있겠습니까? 어디서 어디까지가 원칙이고, 어디서 어디까지가 습관적인 활용일까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요지는 이러합니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또는 함께 다시 배워보려는 목적이 어디에 있나요? 영어로 의사 소통을 하는데 불편함을 좀 더 줄여보려는게 아닐까 합니다. 한국인에게 남아있는 ‘영어를 쓰는데 불편함’은 영어를 잘 모르는데 있는 것만은 아닐겁니다. 아마도 알긴 아는것 같은데 이게 맞나?.. 이렇게 해야하나?.. 이렇게 안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면서 순간 브레이크가 걸려버리는게 더 큰 문제가 아닐까요?

양양님이 제게 ‘~에게’와 ‘~한테’가 같은 뜻이냐고 묻는다면? 아마 저는 Yes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아주 디테일한 차이는 이 단계에서 고려할 부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기초 단계에서 부터 세부적인 차이를 알고 들어가려 하면 언어란 것이 얼마나 배우기 어려운 것이겠습니까? 하지만 언젠가 양양님의 한국어 실력이 더 좋아져서 좀 더 구체적인 지식을 원할 때, 한국에서 살거나 한국 사람과 자주 대면하면서 세부적인 상황에 따라 원어민(한국인)이 즐겨 사용하는 표현이나 단어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쯤이면 이런 세부적인 내용까지 익혀 한국어 실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연재를 시작한 처음부터 ‘전치사’야 말로 한국인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난관이라고 꼽은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솔루션의 첫 단계로 각각의 전치사가 지닌 의미가 지금까지 우리가 학교, 또는 책에서 배워온 (일본식) 나열식 해석을 지양하고 원론적인 뜻을 기존 지식은 배재한테 쌔삥(?)으로 유추해가며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솔루션은? 네, 저의 두 번재 솔루션은 아직 시작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오늘 맛배기로서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저는 지난 달에 관광차 마카오를 다녀왔습니다. 왜 갔냐고 물으신다면.. 뜻하지 않게 짬이 좀 나서 동료 두 명과 해외를 한 번 다녀오기로 의기 투합했는데.. 왠걸 마땅한 비행기 표가 없더군요. 그나마 마카오행 표들이 좀 남아 있어서 자의반 타의반 마카오행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마카오에는 양양님도 있겠다, 올커니 했죠.

헌데 가장 나이 어린 동료 한 명이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저 몇 달 후에 장가가는데, 어쩌다 보니 해외 여행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네요. 억울해서라도 장가 가기 전에 해외 여행 한 번 하고 싶습니다.” 툭하면 카메라 들고 전국 방방곡곡 여행지란 여행지는 다 돌아다니던 친구라 좀 의아했습니다만, 뭐 이 참에 해외 여행도 한 번 하는거니 잔뜩 기대에 들떠 있더군요. 그런데..

“저 영어 잘 못 해요. 와이프 될 사람은 신혼 여행 가면 제가 영어로 다 해결하길 바라는 눈치던데.. 선배, 어떻게 하죠?”

전,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잘 됐네. 그렇지 않아도 테스터(?)가 한 명 필요했는데. 너 나랑 딱 3일만 일 끝나면 영어 훈련 좀 하자. 그리고 마카오에서 하루 이틀 정도는 내가 영어 썰 풀테니, 옆에서 한 번 보고 별거 아니겠다 생각이 들면 그 때부터 너도 영어 좀 써먹고 댕겨봐.”

그 친구나 저나 맨날 야근에 쩔어있는 상황이었지만 정말 딱 3일 동안 하루 두 시간 정도씩 영어 훈련을 했습니다. 첫 날엔 영어 써먹는 것이 어려운 이유를 간략히 설명해 주고, 배움을 향한 열정으로 눈이 초롱초롱 해지는 걸 확인하고(뭐, 일종의 스팀팩 효과?) 여기에 연재를 하듯 속성으로 10여 개의 전치사와 10여 개의 기본 동사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사실 글로 하는게 아니라 말로 읆으면서 훈련시킨다면 금방할 수 있지요. 거두절미 요점만 간략히 세뇌시키듯이 하는 것이니까 말이죠. 어쨌거나 본인은 못 느꼈겠지만 저는 이참에 우리 스팀잇 학생(?)들을 위한 테스트를 한 셈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중점적으로 훈련시킨 부분은 이러했습니다. 각각의 전치사가 갖고 있는 원론적인 뜻을 이해시키고, 마찬가지로 기본 동사들이 갖고 있는 의미나 사용처를 익히게 합니다. 그러다보면 전치사와 기본동사가 공통적인 뜻을 지니며 잘 어울릴 법하 것들이 나오게 됩니다. 그럼 그런 것들을 한 번 묶어 봅니다. 종종 이미 우리가 ‘숙어’ 형태로 배어왔던 문구가 되기도 합니다만, 일단 맞던 틀리던 그렇게 묶어보도록 연습시켜 봤습니다.

그리고 집중적인 훈련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결국 네가 말하고픈, 이해시키고픈 상황에 가장 적합한 전치사를 골라잡아야 해. 그게 핵심이야. 전치사가 없어도 되는 경우가 있겠지만 네가 전치사를 골라잡지 못하면 그 앞에까지만 문장을 만들다 끝나버리고 말거니까”

예를 한 번 들어볼까요? 전치사를 쭉 나열해 놓습니다. (혹시 이 글을 처음 읽으시는 분들은 예전에 각각의 전치사 뜻풀이를 해 둔것을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 to
  • for
  • of
  • off
  • on
  • from
  • after
  • before
  • out
  • at
  • between
  • with

자, 이건 정답을 맞추는 게임이 아닙니다. 각각의 뜻을 이해했다는 가정하에 한 번 적합하다 싶은 단어들을 골라잡는 것입니다. 한 개만 나올수도 있겠지만, 이것도 될 듯하고 저것도 될 듯하고.. 이렇게 여러개를 꼽을 수도 있겠죠?

“이 중에서, 뭔가 생각난다.. 어떤 기억이나 생각이 떠오른다.. 이런 상황에 적합한 전치사를 한 번 골라잡아 볼까?”

후배는 몇 개를 골라봅니다. 골라잡은 이유야 나름 있긴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약 10~15개의 전치사 중에 그런대로 몇 개를 추려 골라잡을 수 있다는데 있었습니다. 핵심은 여러개의 후보 중에 그래도 확률상 적합하리라 여기는 몇 개로 압축하는 연습을 하는데 있기 때문이죠. 어쨌든 후배가 골라잡은 것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for : 뭔가 생각하며 염두에 두니까..
  • of : 무언가(기억)로부터 어렴풋이 약하게 떨어져 나오니까..
  • from : 출처가 꼬리표처럼 달려 있을 수 있으니까..
  • out : 밖으로 나오는것 같아서..
  • with : 생각들이 같이 있을 수 있을 듯해서..

뭐, 대충 이런식으로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시겠지만 제가 후배에게 원한 것은 시험보듯이 정답을 맞추자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뭔가 근거를 갖고 추리를 하면서 정답(실제 사용되는 표현)에 근접해보자는 것이지요. 여러 개의 후보들 중에 정말 아니다 싶은 것들은 (근거를 통해) 제끼고, 답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를 골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것은 마치 양양님이 ‘~에게’나 ‘~한테’를 골라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만약 앞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동사가 (기본동사라고 할 순 없겠지만) remind였다고 한다면, 많은 분들이 이미 배웠던, 기억해 뒀던 바대로 of 같은 전치사를 떠올리셨을 겁니다. 하지만 왜 of 였나요? 제 후배의 추리대로 다른 전치사들은 안되는 것인가요? 만약 영어 원어민들에게 remind에 ‘for’는 안돼? 라고 묻는다면 과연 어떻게 대답해 줄까요? 이봐~ 너희들이 ‘for’란 것을 쓰는 용도를 보니까 이런 경우에도 쓸 수 있을거 같은데 진짜 안되는거야? 라고 묻는다면요? ㅎㅎ

다음에 이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밤이 좀 늦었네요. 새로운 한 주가 곧 시작되겠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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