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도 65 달성의 의미

명성도 65 달성의 의미

연어입니다. 저도 이제 60대가 꺾이는걸까요. 밤사이 명성도 65를 달성했습니다. 순간 이런 저런 생각이 교차합니다. 가장 먼저 생각난건 제 외국인 친구의 명성도였습니다. 이 친구의 명성도 역시 65, steemd.com에서 정확히 확인해보면 65.8입니다. 제가 이제서야 65.0를 찍었으니 이 친구를 따라잡으려면 아직도 멀었습니다.

제 친구는 저의 소개 덕분에 저랑 거의 같은 시점에 스팀잇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스팀파워가 저보다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 보상이 저보다 높았고 명성도 저보다 빨리 올라갔지요. 제가 막 태동하여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KR 커뮤니티에서 영어 강의 컨셉으로 비집고 들어갔다면, 제 친구는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들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보통은 사무실에서 쓰는 공책이나 A4지에 그림을 그렸지요. 사실 제가 포스팅 때마다 올리는 이 생선 한마리 그림도 그 친구가 그려준 것입니다. 본인은 연어라고 하는데 진짜 연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설마 고등어는 아니겠지요. 아, 그러고 보니 @leesunmoo 님의 올빼미 그림도 사실 이 친구가 그려준 것이었습니다. 올빼미를 워낙 좋아하셔서 올빼미와 관련된 것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으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선물로 그려준 것이었지요. 아마 이걸 @leesol님께서 더 예쁜 캐릭터로 그려주셨을 겁니다. 다 서로 인연이 얽히고 얽혀있네요.

친구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친구는 자신의 그림과 함께 늘 영어, 중국어, 그리고 한국어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한국어도 꽤 잘하는 친구인데 글로 써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많이 부담스러웠는지 대개는 제가 문장을 고쳐주거나 번역을 해주곤 했습니다.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 커뮤니티 분위기를 너무 부러워했는지 그렇게 한글 설명을 넣어서 KR 태그까지 달았던 것이지요. 고맙게도 꽤 많은 한국 유저분들이 호응을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그 악영향도 있었습니다. 몇몇 중국 유저들이 중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마카오도 엄연한 중국이니까요) 왜 한국어를 쓰고 KR 태그를 넣느냐.. CN 태그를 넣을거면 그냥 중국어만 써라.. 등등 훈계도 들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CN 커뮤니티 내에서 특정인 밀어주기(그 혜택의 1순위는 종종 영혼없는 포스팅으로 보이기도 했던 스윗젯이란 미녀였습니다), 끼리끼리 놀기, 외부인 배척하기 등등 이기적인 경향으로 흘렀던게 없지 않아 있어 제 친구는 본국의 커뮤니티를 좀 꺼려했습니다. 그리고 KR커뮤니티를 엄청 부러워했죠. 정말입니다. KR에서 자유롭게 교류하며 활동하는 저를 정말 부러워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저를 통해 KR 커뮤니티의 발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었지요. KR 마켓이 생기고, 금융 상품이 생기고 (스달깡 사건도 잘 알고 있을겁니다 ㅋㅋ) 상품도 주고, 선물도 주고, 글짓기 대회도 열고, 후원금이나 위로금도 모으고.. 외국에 계신 유저분들과 교류도 하고, 모임도 열고 말이죠. 이런 다각적인 활동을 CN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한 마디 하곤 했지요.

너희가 정말 부럽다..

사실 CN 커뮤니티도 많은 노력을 한 것은 맞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면 쟁쟁한 실력자들도 많았고, @abit님 같은 경우엔 CN을 활성화 시켜보기 위해 그 나름대로 많은 중국 유저들을 챙기기도 했지요. 제 친구도 @abit님의 보팅으로 각박했던 살림살이를 벗어날 수 있었고, 이런 저런 요소가 알려졌는지 몇 몇 해외 고래들이 큰 보팅을 해주어 저를 놀래키기도 했습니다. 제가 KR에서 따복따복 포인트를 올려나가면서 좀 따라잡나 싶으면 간밤에 친구에게 해외 고래가 왕림하여 큰 선물을 뿌려놓곤 했으니까요. 저자 보상에서 제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더군요. 그 친구가 최근에 다시 스팀잇 포스팅을 시작하긴 했지만 거의 1년 동안 활동을 안했던 것을 감안하면 그 때 명성도를 얼마나 빨리 높였는지 다시금 놀라게 됩니다. 친구의 잠수 기간 동안 활동을 재개한 제가 6개월 정도 더 활동을 했음에도 아직 못 따라잡을 정도이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친구에게 미안한 점도 많습니다. 제가 스팀잇 같이 하자고 꼬드겨 놓고는 먼저 지쳐버렸으니까 말이죠. 작년 가을, 친구가 두 번째 한국 여행을 마치고 돌아간 후 저와 친구는 포스팅을 할 에너지가 고갈 되어버렸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팀잇을 하다 보면 모두가 느끼는 과정이지요. 처음엔 재미도 붙이고 신기하기도 하고, 매일 뭐를 포스팅하나 고민하다가 잠들고.. 그런 과정을 스스로에게 몰아치다 보면 어느 순간 몸과 마음이 고갈되는 것을 느낍니다. 그다지 시간을 못 낼 것도 아니고 뭐라도 쓰면 쓸 것 같은데.. 그냥 손이 잡히지 않는 시간이 하루 이틀 지나가다가 손을 놓아버리고 마는.. 여러분도 잘 아시죠? 저희가 그러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포스팅에서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포스팅을 예전 만큼 온 에너지를 쏟아부을 정도는 아니지만, 종종 출퇴근하면서 찍는 사진들이라도 올리고 싶다며 정말 두 어달 정도 그렇게 하더군요. 처음엔 저도 보팅만 좀 해주는 정도까지 하다가.. 마침내 그것도 시들해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한루에 1개 정도의 포스팅을 꾸준히 올리길래 제가 이렇게 한 번 물어봤죠.


친구야.. 포스팅할 재미도 나지 않을텐데 왜 그렇게 열심히 올려? 지금 스팀 보상도 말이 아니고.. 요즘은 포스팅 한 편 올려봐야 1불 챙기기도 벅찬데 말이야..

글쎄.. 잘 모르겠어. 그냥 딱히 뭘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이거라도 해야하지 않겠어? 이렇게 꾸준히 하다보면 작은 보상이지만 나중에 한국 여행 갈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전 순간 가슴이 울컥했습니다. 제가 친구에게 스팀잇을 같이 하자고 꼬드긴 여러 이유 중에는 스팀잇이 더 성장하고 그 안에서 활동하는 유저로서 자리를 잡게 되면 포스팅에서 발생된 보상으로 여행도 하고 보다 자유로운 삶을 꾸리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주소는 잊어 버렸지만 당시 ‘당신의 보팅파워로 어느 나라에서 돈이 없어도 살 수 있는지 체크해보세요’ 라는 컨셉의 사이트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사이트를 보면서 언젠가 보팅파워가 커지고 보상도 그에 걸맞게 따라오면 살아볼만한 나라에서 스팀잇 활동만으로도 살 수 있는 꿈을 꾸었지요. 물론 진짜 현실적인 계산은 아니었지만 뭔가 그런 기대감을 가져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삶의 활력이 되는 것만은 분명하니까 말이죠. 그런데 저는 지쳐 나자빠져 있고, 친구도 자포자기 상태에서 가는 실타래 하나를 붙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나날이 스팀 가격은 폭락하고.. 커뮤니티는 활기를 잃어가고.. 이래저래 여기저기 곡소리가 나던 때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친구도 포스팅을 멈추게 되었고.. 저와 친구의 잠수가 시작되었는데.. 6개월 전부터 저도 다시 에너지를 충전해 달려들었고, 이제 친구도 조금씩 에너지를 채워가며 활동을 재개하는 중입니다. 활동을 멈추면 이웃도 팬도 사라지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커뮤니티가 활성화 될 수록 경쟁력 있는 포스팅들이 많아지면서 친구도 이제 어떤 내용과 개성을 가지고 다시 자리를 잡아가야 하나 매일 고민하는 중입니다. 욕도 많이 먹는 스팁샷이지만 우선 스팁샷을 이용해 보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친구로서 무한한 보팅을 날려주고는 있는데 요즘 분위기상 이게 욕을 먹을 짓일수도 있지만 스팀잇에 무한한 애정을 쏟고 본인이 접어야 했던 그림 그리기에 대한 아쉬움을 스팀잇 유저들을 통해 발산했던 친구의 모습이 너무 그립기 때문에 친구의 온전한 컴백을 위해 당분간 제가 해줄 수 있는 지원은 다 해줄 생각입니다.

저 또한 최선을 다해 친구의 명성도를 따라가 보고 싶고.. 64에서 65로 넘어가는 과정이 왜 이리 길고 험한지.. 대체 70 이상의 명성도를 획득하신 분들은 어느 경지에 다다른건지 정말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 우리끼리 늘상 옥신각신 하고.. 어느 분 말씀처럼 KR이 영향력이 있다한들 수퍼스타조차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는 우물안 개구리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어느 외국 친구의 눈에는 옥신각신 하면서도 서로 정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고 보팅을 주고 받는 KR 커뮤니티는 매우 부러운.. 그리고 가까이 참여 하기에 어려운 멋진 곳일수도 있습니다. 그런 KR을 좀 더 아름답고 소중히 가꿀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명성도 65를 달성한 저의 소감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이브 하시고.. 내일은 메리 크리스마스 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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