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의 마카오 여행 후기..(1) 단상

어머니와의 마카오 여행 후기..(1) 단상

연어입니다. 먼저 여러분의 격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어머니와의 마카오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왔습니다. 늦은 밤 비행기를 이용해서인지 피곤함이 쉬 가시지는 않지만 마음만은 뿌듯하네요. 안전 사고 없이 건강하게 여행을 잘 마치신 어머니께도 이 글을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자, 그럼 슬슬 여러분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볼까 합니다.

부모와 자식간의 여행

언제부턴가 이젠 더 이상 늑장을 부려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점점 나이를 드시고 계시니까 말이죠. 자꾸 이런 저런 조건을 맞추려 하다보니 시간만 흐르고 있는 생각이 들었고,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일단 저는 벼락치기 하듯 여행 일정을 먼저 잡아버리고 준비할 것들을 밀고 나갔습니다. 여행의 시작점은 ‘여유’가 아닌 바로 ‘추진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의미 있는 여행을 계획하는 중이시라면 조금 무리인가 싶더라도 시작점을 찍어버리시는 것이 어떨까요? 바꿔 말하자면 ‘저질러 보자’는 겁니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여행하는 데는 많은 난관이 따라다닙니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너무 바빠서.. 생활에 여유가 없어서.. 그 뿐인가요? 아이들은 사춘기에 들어서면 또래를 찾아 떠납니다. 좀처럼 부모와 함께 있으려고 하지 않지요. 그렇게 커가는 듯 하다가 훌쩍 군대를 가버리거나 더 넓은 세상 찾아가겠다고 떠나버리기도 합니다. 철 좀 드나 싶으면 안타깝게도 사회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정신을 못차리기 시작합니다. 종종 부모 자식간 관계가 서먹해지기도 하고.. 이렇게 되면 선뜻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는 표현 자체가 건네기 어려워지지요.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달리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용기를 내는 수밖에요. ‘함께 여행을 가자’고 돌려서 얘기하는겁니다. 사랑한다는 표현이 멋쩍을 때 함께 여행을 가보자고 권해보는건 어떨까요? 서먹해진 관계를 바꿔보고 싶을 때 역시 같이 여행을 떠나자고 얘기를 건네보는 겁니다. 새로운 여행지가 선사하는 해방감과 신선한 자극.. 지금껏 막혀있던 분위기를 반전시켜 주는 도우미로는 이 이상 좋을게 없지요. 그러니 조금만 용기를 내서 시작해 보십시오. 약간의 자금과 짧더라도 여행에 온전히 할애할 수 있는 시간.. 이런 조건만 한 번 만들어 보시면 긍정적인 화답이 올 것입니다.

눈에 담는 풍경들, 그리고 추억들

여행에 필수인 것이 바로 카메라지요.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기억은 점점 희미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진이라도 남겨야 기억을 남길 수 있게 되는데.. 하지만 사진으로는 결코 담을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순간 다가오는 느낌들.. 사진으로는 결코 복원할 수 있는 미묘한 색감이나 빛의 향연들.. 어쩌겠습니까?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눈으로 감상하고 마음 속에 담아낼 수밖에 없겠지요. 함께하는 여행에서 이런 순간에 맞딱드린다면 순간의 감동과 기억을 진정 ‘함께’ 하는 것이겠죠? 부디 그런 행운이 자주 따라다니길 바랍니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곧 새로운 자극을 찾는 여정입니다. 익숙하고 지루한 일상과 터전을 떠나보는 것, 그것이 여행이 주는 신선함입니다. 새로운 풍경과 문화는 우리들을 다시 아이로 만들어 버립니다. 접하는 모든 것들이 신기하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이유가 그런 것이겠지요. 그리고 재미있게도 이런 새로움이 익숙해지게 되면 슬슬 그리움이 몰려옵니다. 내 집.. 내 가족.. 내가 먹던 음식들.. 그리고 익숙한 사람들.. 집에서 멀리 떠나면 다시 집을 그리워하는 아이처럼 평소 내가 접하고 있던 많은 것들이 그립고 소중하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여행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인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감정이 변하고 교차하는 과정에서 함께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정을 더 느끼게 되지요. 바로 옆에서 같이 걷고 있는 그 이유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어머니와 함께하는 시간들..

여행을 마무리 할 무렵, 한참 사진을 찍어드리고 있던 저는 문득 제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여러분처럼 저역시 여간해선 생각할 일이 없는 사실이지요. 아마도 어머니께서 아들과의 여행을 즐겁에 여기시는건 한 가족으로서 여행을 함께 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그 힘든 산통을 겪으며 세상을 보게 된 자식이 어엿하게 자라서 여행 친구가 되어준다는 것만으로도 대견스러워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에 미치자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어머니라는 그 이유만으로도 존경을 받아 마땅하지 않을까 했습니다.

이런 기회를 마련한게 너무 늦은건 아닐까 하는 후회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위로가 함께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자꾸 더 맛있는 것을 드시게 하고 싶고, 더 멋지고 재미있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고.. 옛날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해주신 것 그대로 되돌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참 이상하네요. 어버이날이 와도 이런 생각은 잘 안하는 저인데.. 무슨 연유로 늦게나마 철이 들고 있는건지 저도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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