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라는 것

국가라는 것

연어입니다. 요즘 세간에 MB정권이 난도질해 놓은 포스코에 대한 이야기로 시끌합니다. 지난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란 명목을 앞에서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 및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이란 것이 체결되었고, 당시 박정희 정부는 이를 계기로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대일 청구권’을 행사하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많은 국민과 학생들이 굴욕적인 외교라며 공분을 표출했고, 대학생 신분이던 이명박 전대통령 역시 반대 데모를 주도하다 투옥까지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사의 아이러니인가요? 그렇게 국민으로 부터 욕을 먹어가면서 얻어낸 자금으로 만든 포스코(당시 포항제철)을 다른 누구도 아닌 이명박 전 대통령 형제가 해먹다니요? 아직 정식으로 검찰 수사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정황과 쏟아져 나오는 증언에 비추어 보면 대표적인 권력형 비리 사례로서 대한민국 역사에 남게될 것이 자명합니다.

오늘은 4월 3일, 제주의 아픔을 기리는 날입니다. 게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공판이 있는 날이기도 하네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동부구치소에 갇혀있고.. 지난 일요일 친구를 만나러 동부구치소가 있는 문정동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만, 으리으리하게 지어진 저 구치소 안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방 한 칸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자국민에게 가해진 계엄령과 학살, 국민으로 부터 쫓겨난 대통령, 국가권력을 동원한 이권챙기기.. 그야말로 이런저런 사건들이 얽히고 얽혀 대체 국가란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사실 저희 집안은 제주 4.3 희생만큼이나 아픈 역사를 안고 있는 여순 사건(麗水順天事件)의 최대 피해 집안이기도 합니다. 아버지께서는 할아버지에게, 그리고 집안 전체에 들이닥쳤던 엄청난 비운을 그냥 흐르는 강물에 흘려보내 듯 떠나보내려 하시지만, 젊은 혈기로 가득 차있던 저는 한 동안 국가를 상대로 사건의 진상 규명과 공식적인 사과, 배상 등등을 생각하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게으른 탓일 수도 있고 아버지의 의견을 무시할 수도 없기도 해서 아직 실행에 옮기고 있지는 못하지만.. 제가 ‘최대’ 피해자라고 얘기할 수 있을만큼 역사의 중심에 계셨던 친할아버지의 영혼을 달랠 수 있는 길은 그것 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몇 년 전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집안 어르신 중에 아직 그 내막을 간접적으로 알고 계신 분이 저와 아버지 앞에서 통한의 눈물을 흘리셨던 기억이 납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저희 집안.. 특히 저희 할아버지께서 겪으셨던 일을 어느 역사학자 분께서 여순사건에 대한 진실과 가치를 규명해 나가다 접하게 되셨고, 이를 역사 소설로 집필하고 계시다는 얘기를 듣기도 하였습니다. 어쩌면 피해 당사자의 후손인 제가 해야할 일일지도 모르지만.. 어느 분이 되었든 진실을 밝히고 역사적 가치를 정립하려고 하는 분이라면 그저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응원해마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얼핏 네이버를 통해 보니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는 이효리 씨에게 제주 4.3 행사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오갔던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막을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아마 이런저런 정치적 입장 때문에 오가는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확정되었을 때, 노벨위원회의 군나르 베르게씨가 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오래전부터 인터넷에 떠돌던 이야기지요. 아직 사실 여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난 한국인에게 노벨상을 주지말라고 한국인들에게 로비 시도를 받았다. 노벨상은 로비가 불가능하고 로비를 하려고 하면 더 엄정하게 심사한다. 한국인은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김대중의 노벨상 수상을 반대하는 편지 수천통이 전달되었고, 모두 특정 지역에서 날아온 편지였다. 내가 노벨 위원회에 들어온 이래 처음있는 일이었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는 나라에서 반대를 표시하는 편지가 날아온 것.. 그것이 특정지역에서 날아온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그 지역의 사람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어이구.. 자료를 찾다 보니 MB 정권이 노벨 평화상 취소 청원 운동을 기획하기도 했다는 얘기까지 있군요. 할 말을 잊게 만드는 하루인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국가의 존재 이유로서 가장 손꼽는 것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인데, 바꿔 말하면 국민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그럼에도 국가가 나약하여 그 책임을 완수하지 못 했거나 잘못된 판단으로 되려 국민에게 가해를 했다면 국가는 이를 뼈아프게 반성하고 다시금 상황을 바로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오늘 있었던 제주 4.3 기념식 또한 그 일환으로 본다면 정치적 입장은 그저 소소한 투정일 뿐입니다. 부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 이상 국가로 부터 국민이 보호 받지 못하거나 가해를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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