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처음으로 공식적인 제안을 한 번 하고자 글을 남겨봅니다. 먼저 링크를 걸어보겠습니다.
https://steemit.com/help/@ludorum/need-your-help-my-house-burnt-out
많이들 아시다시피 @ludorum 님께서 2주 전에 남겨주셨던 글인데, 친구분의 소중한 집이 화재로 소실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습니다. 많은 회원분들께서 아픔을 나눠 주셨고 십시일반으로 소정의 지원도 해주셨습니다. 경황이 없으셨을텐데 마음의 위로가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ludorum 님께서도 정말 큰 역할을 해주셨는데, @ludorum 빠른 판단과 대처 덕분에 저희들도 안타까운 소식을 알게 되었고 조금이나마 작은 힘들을 나눠 드릴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오늘 저녁은 제가 정말 오랜만에 오롯이 스팀잇을 접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마침 단비가 내리고 있던 차에 뉴스에서는 곧 장마가 다가온다는 소식이 들리더군요. 헌데 문득 화재를 당하셨다던 그 친구분의 근황은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 글을 찾아보니 오늘 2주일이 지난 시점이였습니다. 사고 수습이란게 그리 만만치 않으리라 생각해 본다면 곧 있을 장마 소식은 그분께 결코 반갑지 않을 것 같더군요. 현장 사진을 보니 거주하셨던 곳은 단독주택 같았습니다. 당장의 거처라도 제대로 마련되었는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부터의 글은 제가 @ludorum님의 친구분께 보내는 글이기도 합니다. 화재 소식을 접하고 한 번 쯤은 보내드리고 싶었던 내용이기도 한데.. 2주가 된 시점이니 적절한 때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봤습니다.
친구분께..
안녕하세요? 저는 @jack8831이란 아이디를 쓰고 있는 스팀잇 회원입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ludorum님과 같은 공간에서 활동하는 인연으로 선생님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놀라고 막막하셨겠습니까? 늦었지만 심심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선생님의 소식은 제게 조금은 특별한 느낌으로 전해졌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걸음마를 막 뗄 무렵 저희 집 또한 화마로 잿더미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너무 어릴 때인지라 그 때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어쩌면 사람이 살면서 겪을 수 있는 희박한 일 중 하나인데, 저는 여태껏 어머니로 부터 이 사실을 딱 한 번 밖에 들은 적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아버지로 부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원래 말수가 적으신 분이시기도 하지만요.
제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중학교 때 쯤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문득 부모님의 어릴 적 사진이 몇 장 없는 것이 이상하여 여쭤본 것이 발단이었는데, 어머니는 손에 끼고 계셨던 결혼반지를 보여주시며 담담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제가 어머니 등에 엎혀 댕길 무렵, 그리고 제 동생이 갓난아기였던 추운 겨울이었다고 합니다. 어머니께서는 저와 동생을 데리고 이웃집 아주머니 댁에서 함께 담소를 나누고 계셨는데, 이웃 한 분이 급히 달려와서 저희 집에 불이 났으니 빨리 가보라고 재촉을 하시더랍니다. 소방차가 와서 불을 끄고 있던 중이었고, 집은 이미 잿더미로 변한 상황이었다군요. 경찰과 소방서 직원들의 제지에 발만 동동 굴리며 그 현장을 지켜보셔야 했답니다. 그 때 저의 부모님은 불과 서른도 되지 않은 때였고, 두 분 모두 상경하여 어렵사리 마련한 보금자리가 눈앞에서 사라지던 순간이었습니다.
나중에 소방차가 모두 지나간 후, 진화를 위해 뿌린 물 때문에 어머니는 발목까지 차오른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건질만한 물건이 없는지 살펴보셨고, 간신히 몇 장의 사진들.. 그리고 달랑 결혼반지 하나만 건지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반지를 보여주시면서 담담히 이야기 해주셨지요.
젊은 부부가 감당하기엔 끔찍한 사고였을 것입니다. 우선, 추운 겨울에 당장의 거처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였다고 합니다. 아마 친구분께서도 경험하셨을거라 생각되지만 큰 일을 당했을 때 이를 당장 해결하는 것은 그리 녹록치 않은 일입니다. 이웃 친지의 도움도 한계가 있고 서로 어려움을 나누는 것도 어느 선 이상은 어렵게 됩니다. 저희 부모님은 간신히 작은 공장을 운영하고 있던 친척분의 도움으로 공장에서 짐 창고처럼 쓰고 있던 다락방 하나를 얻어 다시 살림을 시작하셨습니다. 지금도 대부분의 집이 화재보험 가입을 안하는 상황인데 당시에는 어떠했겠습니까? (요즘엔 다행히 아파트라면 단체 가입을 해두곤 하지만요)
그리고 경찰의 조사를 통해 사건 내용을 확인해 본 결과, 화재의 원인은 이웃집에 홀로 살고 있는 젊은 청년의 방화가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아마 어디선가 스트레스를 받았던지 대낮부터 술에 취한채 화풀이 삼아 저희 집에 석유통을 붓고 불을 지른 것이 비극의 원인이었고, 자세히 알아본 결과.. 그 이웃 청년은 정신에 약간 문제가 있던 사람인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어디선가 심한 고문을 당해 그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저희 부모님로서는 어디서 보상을 받기란 요원한 일이었죠. 그냥 무일푼으로 나앉은거나 진배 없었다고 합니다.
헌데 참으로 이상한 일은 왜 그런 일대의 사건을 자식인 제게조차 이야기 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그 점이 궁금했습니다. 헌데 나이를 좀 먹고 철도 들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부모님이 살아오시면서, 자식들을 키워오시면서 그보다 더 한 일들도 겪으셨겠구나.. 더 힘들고 막막한 상황이 많으셨겠구나.. 그러니 그냥 그런 일은 한 때의 사건 정도로 묻어두셨구나.. 하고 말입니다. 재미있게도, 저희 어머니께서는 서럽고 고생한 얘기를 넋두리처럼 늘어 놓으실 땐 되려 이런 말씀만 하십니다.
“느그 아버지가 네 동생을 갓 낳고 몸도 성치 않은 나한테 종가집 장손이라 제사 지내야 한다고 닥달을 하더라. 어찌나 서럽던지.. 확 그 때 헤어졌어야 했는데..”
여성분이셔서 그런지 어렵고 경망한 일은 그냥 대수롭게 넘겨도 아내로서 남편에게 괘씸(?)한 일들은 가슴에 꼭꼭 담아두시더군요. 수 백번 이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보금자리를 어처구니 없이 잃었던 이야기는 그냥 흘려버리셨습니다. 그리고 자식 키우는 재미와 책임감으로 여태껏 살아오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렇습니다. 어쩌면 제가 아닌 저희 부모님이 위로의 말씀을 드리는 것이 더 어울릴지 모릅니다. 아픔을 직접 겪은 분이시니 그 누구보다 어렵고 막막한 마음을 이해해 주실 수 있으실테니까요. 하지만 저희 부모님을 오랜기간 지켜봤던 저 또한 이런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당당하게 딛고 일어서 두 자식을 훌륭하게 키워내셨습니다. 물론 사정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지만 부디 힘을 잃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큰 도움은 안되더라도 주변의 사람들이 작은 도움을 꾸준히 이어가 준다면 많은 의지가 될 것입니다. 아마 친구분과 친구분 부모님 모두 훗날 이 사건을 담담히 말씀하실 수 있을 때가 반드시 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는 상황이 많이 좋아져 있을때라 확신합니다. 부디 기운 내시길 바랍니다.
이제 여러분께 이야기를 돌리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저희 집의 실화이고 저 또한 거의 잊고 지냈던 기억이기도 합니다. 사실 저도 소식을 접해 듣고 약간의 보탬이 되고자 소정의 SBD를 보내드리긴 했습니다만, 종종 이후의 소식이 어떤지 궁금하곤 했습니다. 스팀잇 커뮤니티 특성상 2주 정도 지난 소식은 새로운 글과 소식들에 밀려 시야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많다면 많은 정성들이 모였지만 추운 겨울 못지 않게 여름 장마 또한 보금자리를 잃으신 분들에게는 큰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처음으로 제안 드립니다. 우선 @ludorum 님께서 친구분의 최근 근황을 좀 알려주셨으면 하고요, 추가적인 지원을 한 번 모아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2차 모금이라고나 할까요? 최근 커뮤니티에 가입해 주신 분들도 많아졌고, KR에서의 하루가 한달이 변한 것처럼 변화 무쌍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빨라진 속도에 적응되다 보면 지나간 소식은 그냥 묻힐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2주 밖에 안된 소식아니었던가요?
이전처럼 @ludorum 님께서 다시금 도움 요청을 해주신다면 @ludorum님께 소정의 성금을 보내 친구분께 전달 될 수 있도록 하고, 혹시 제 글에도 보팅이 된다면 일주일간 적립된 SBD를 전액 @ludorum님께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적립되는 스팀파워는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공정한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스팀 분배에 대한 내용을 이참에 다시 한 번 확인해보고 이런 경우 어떻게 처리들 하셨는지 확인해 공익에 위배되지 않는 방향을 찾아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들 되시길 바랍니다.
- 연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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