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지] 증인 νˆ¬ν‘œμœ¨μ„ λŒμ–΄ 올렀 보고자 ν•©λ‹ˆλ‹€. μ—¬λŸ¬λΆ„μ˜ 관심과 μ°Έμ—¬κ°€ ν•„μš”ν•©λ‹ˆλ‹€

연어입니다. 3년이 지나도록 스팀잇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무엇보다도 위임된 지분증명 방식(DPOS)에 어울리지 않는 ‘낮은 증인 투표율’을 꼽고 싶습니다. 스팀은 소수의 증인들에게 블록 생성과 관리를 위임하여 빠르고 효율적인 블록체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지만, 정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투표율이 낮아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는 상황입니다.

비전을 잃고 파워다운에 급급한 재단, 초기에 선점한 위치를 별다른 견제 없이 지켜온 증인풀. 이런 문제들이 답보 상태에 머문다면 스팀잇은 경쟁에 밀리고 개혁의 요구에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기존의 구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증인 투표율부터 끌어 올리는 것이 필수가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 낮은 증인 투표율부터 끌어올려야 합니다.

투표율이 낮은 이유는 방법을 잘 모르거나, 무관심하거나, 포기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거꾸로 방법을 잘 알려주고, 관심을 일으키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독려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유저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만한 동기가 필요한데, 이제는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저들에게 직간접인 보상이 주어지도록 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표를 행사하든 말든 나의 이익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여기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이 사람입니다. 이것이 투표율을 갉아먹는 핵심이 아닐까요?


■ 여러분은 투표 권한을 위임할 수 있습니다.

어느 누구에게 투표를 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고 번거롭다면, 그 일을 정성껏 대신해 줄 유저에게 위임을 하면 됩니다. 스팀잇은 프록시 위임을 통해 자신의 권한을 누군가가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두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권한을 위임받은 유저가 최선의 판단을 통해 투표를 대신하고, 그 선택 과정과 결과 전반을 공유하면 됩니다.

프록시 비율.png

위의 자료는 증인 선발에 대한 직접 투표율과 프록시 위임을 통한 간접 투표율을 모두 합쳐봐야 43.6% 밖에 되지 않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5.7% 밖에 되지 않는 간접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해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단순 투표 위임에 그치지 않고 권한을 위임한 유저들에게 적절한 보상까지 안겨줄 수 있다면 어떨까요? 투표권을 모아주면 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여러 권한을 한데 위임받은 사람은 이제 그 영향력을 바탕으로 표를 원하는 증인 후보에게 몇 가지를 요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실한 활동 내역 공개, 스팀 발전을 위한 계획과 진행 상황 공개, 그리고 증인 보상의 일부 분배 등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증인 보상의 일부가 분배된다면 내 이익과 하등의 관련이 없어 보이는 투표를 독려하는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증인 자리에 도전하려는 실력 있는 후보나 카르텔이란 오명 속에서도 묵묵히 일해온 유능한 증인들이라면 기꺼이 이익의 일부를 내어 놓고서라도 재평가 받고 싶어할 것입니다.


■ 방법을 알려주세요

우선 제가 여러분의 권한과 의견들을 받을 수 있는 계정(@proxy.token)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 계정을 통해 차근차근 소통해 나가면서 힘을 모아볼 예정입니다. 참여 의향이 있으시다면 다음과 같이 실행해 주시면 됩니다. @proxy.token 계정으로 프록시(proxy)를 위임하는 방법입니다.

(1) 스팀잇 우측 상단 삼선표를 클릭해 증인투표로 들어갑니다.

증인투표.png

(2) proxy 위임 설정을 확인해 proxy.token 를 입력하고 ‘위임 설정’을 클릭합니다.

위임설정.png

(3) OK를 눌러 승인을 완료합니다.

승인완료.png


■ PROXY 토큰의 수령

투표 권한을 위임한 분들에게는 향후 증인으로부터 수익 일부를 분배 받을 수 있는 증표로서 ‘PROXY’라는 토큰을 지급해 드릴 것입니다. PROXY 토큰은 @proxy.token을 발행인으로 하여 총 1천만 개가 발행되어 있습니다.

프록시토큰 스팀엔진.png

@proxy.token 계정으로부터 투표를 받은 후보가 증인을 유지한다면, 증인은 증인 보상의 일부를 @proxy.token 계정으로 보내줄 것이고, 다시 @proxy.token 계정은 PROXY 토큰 홀더의 명단과 위임 지속 여부를 확인하여 권한 위임자들에게 수익 재분배를 실시할 것입니다. 토큰은 이러한 작업의 편의와 권리 확인을 위해 지급되는 것입니다.

현재 PROXY 토큰은 스팀엔진에 발행되어 있으므로, 토큰의 수령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키체인을 설치해야 합니다. 키체인을 설치하고 나면 본인 계정에서 PROXY 토큰 수령 여부와 개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급될 토큰의 수량은 반감기를 적용할 예정입니다. 이는 토큰이 한정된 수량으로 발행되는데 비하여 권한 위임자들의 프록시는 끊임없이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정된 수량으로 무한한 변동을 해결하려면 이론적으로 반감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남들보다 앞서 위임하는 유저에게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수량을 분배하려는 이유도 있습니다. 하나의 예시지만 아래와 같은 방법이 가능할 것입니다. 아래의 표에 따른다면, 최초 2백50만 프록시 토큰으로부터 지속적인 반감기가 작동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 예시: 프록시 토큰 반감기

프록시 반감기.png


■ 투표권을 위임해도 스팀파워는 완벽히 유지됩니다.

아직 투표권과 스팀파워의 관계에 대해 혼동하는 분이 계실 것입니다. 스팀파워를 보유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두 가지 힘을 얻게 됩니다.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보팅파워, 그리고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프록시입니다. 이 프록시 부분을 남에게 위임하여도 포스팅하고 보팅하는 일상적인 활동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보팅파워와 프록시(투표 파워)는 같은 스팀파워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서로는 별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프록시만 위임하고 보팅파워는 그대로 사용하면 됩니다.


■ 여러분의 투표권 위임이 많은 것을 바꾸어 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동의와 참여를 통해 투표권을 모아간다면, 저는 여러분과 함께 어떠한 증인들과 후보 증인들이 스팀잇의 발전에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지 선별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아진 힘으로 @proxy.token 계정을 통해 권한을 행사하고, 그 권한 행사에 대한 댓가로서 증인 보상의 일부를 정당히 요구하고 여러분께 분배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방법을 활용한다면 유저들로부터는 투표에 대한 관심과 투표율을 끌어올리고, 기꺼이 이익을 분배하고 우호적인 평가를 받고자 하는 준비된 증인과 증인 후보들에게는 관심과 지지를 표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첫걸음은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입니다. 저도 앞으로 여러분의 의견과 참여를 구하는 역할에 나서 보겠습니다. 의견이나 입장이 있으신 분들은 Proxy 태그를 붙이고 포스팅해 주시면 모두 정독하고 참고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참고: 프록시 위임 진행 과정 확인

누구나 아래 사이트에서 @proxy.token 계정으로 들어오는 프록시 위임 상황을 실시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https://steemdb.com/@proxy.token/proxied

임대받은 프록시 확인.png

  • 내용 보완 : 위 사이트에서는 내용 반영에 많은 시차가 걸리는 것 같습니다. 임대받은 전체 프록시 총량은 https://steemd.com/@proxy.token 에 들어가 좌측 하단에 ‘Proxied vsf votes’에 나오긴 합니다. (VESTS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proxy votes.png

유저분들의 프록시 임대를 가장 빨리 확인해 줄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확인 되는대로 다시 공지해 놓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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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5] μŠ€νŒ€μž‡ 3주년을 λ§žμ΄ν•˜μ—¬...

연어입니다. 기본 군사 훈련과 특기 교육을 마치고 부대 배치를 받을 때 쯤 일입니다. 무슨 신병 프로그램이었는데 자대 배치 전 몇 일간 군부대 전체를 돌고 교육을 받는 일종의 적응 기간을 갖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번은 정기적으로 회식(음주)이 허용되는 날이었는데, 저희를 인솔하던 장교가 제대 축하 회식을 마치고 돌아다니던 전역 예정자 두 명을 데리고 와 신병들에게 소감 한 마디 하도록 시키더군요. ‘깨구리’ 마크를 달고 전역을 앞둔 예정자들을 바라보는 저희 신병들의 기분이 어떠했을지 아마 다들 상상시 가실겁니다.

재미있게도 이 두 명이 하는 얘기는 정반대였습니다. 하긴, 이들 뿐만이 아니라, 군입대를 앞둔 청년에게 해주는 주변 선배들이 격려도 대개 이러하지요. 첫 번 째 전역자가 나서서 얘기합니다.

“여러분, 너무 힘빼지 마세요. 군생활 깁니다. 군대에서는 열심히 하고 잘하려고 해봐야 남는게 없어요. 요령껏 잘 따라만 가고 너무 튀지 마세요. 뭐라도 잘하기만 하면 더 피곤하기만 합니다.”

정말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전역자의 감회이고 직접 체득한 교훈이니 이것도 새겨들을만 했습니다만 이내 다른 전역자는 또 이렇게 얘기하지 뭡니까?

“저도 이제 전역을 합니다. 정말 그동안 열심히 군생활 한 것 같네요. 열심히 하나 하지 않으나 국방부 시계는 돌아갑니다. 힘들고 지루했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보니 제대의 시간이 다가왔네요. 여러분도 열심히 군생활 하시고 건강히 전역하시길 바랍니다.”


좋게 표현하자면, 첫 번째 전역자는 ‘효율적인(?)’ 군생활을 당부했고, 두 번째 전역자는 ‘열심히’ 하는 군생활을 권유했습니다. 어느 한 쪽이 좋은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고참한테 라면 한 번 맛있게 끓여줬더니 전역할 때까지 라면 끓이라고 부려먹더라.. 뭐 이런 얘기들 많이 들어보셨겠죠. 똑같은 시간, 똑같은 월급 (저 때는 이병 월급이 7천원, 병장 월급이 1만1천원 정도?), 똑같은 진급.. 어느 것 하나 성실함과 노력에 대한 보상이 차등되어 주어지기 어려운 징집군대 안에서 마냥 열심히 하라고 독려하는 것도 좀 그러니까 말이죠. 사실 저도 군대에 가기 전에 어떤 얘기를 따라야 하는 건지, 어떻게 군생활에 임하는 것이 좋은지 알 수 없던 터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두 전역자가 얘기하는 내용에 집중하지 않고 그들의 얘기하는 태도를 눈여겨 봤습니다. 물론 전역자에게서 뿜어나오는 특유의 기운이란게 있습니다. 몸 다치지 않고 무사히 제대를 눈 앞에 둔 상황, 가장 혈기 왕성한 나이에 부름을 받고 국방에 임하며 갇혀 있던데서 벗어난다는 해방감, 군생활에 적응하는 동안 바뀌어 가고 있는 사회에 다시 적응해야 하는 불안감 등등.. 하지만 신병들에게 담담하게 자신들의 생각을 얘기하는 그 순간 두 사람의 눈빛이 다르더군요. 제가 선택하고 싶었던 것은 두 번째 전역자의 눈빛이었습니다.

첫 번째 전역자의 얘기처럼 튀지 않고 요령껏 행동하며 ‘군방의 의무를 다하고 깔끔하게 전역’한다는 기본 명제에만 충실하기엔 두 번째 전역자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뿌듯함과 보람의 기운이 제게는 신선한 충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 저런 눈빛으로 전역할 수 있다면 굳이 안해도 될 일 더 하고, 그렇게 까지 해야했다 소리 듣더라도 더 신경쓰고 먼저 나서서 하는게 뭐가 대수랴..


여의도 정치권에 몸담았던 시절, 일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인연을 쌓아온 형님 한 분이 요즘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며 존재감을 알리고 있습니다. 제가 경상도 남자로 태어났다면 ‘행님아~’하고 형님 형님 소리하는게 자연스러웠을텐데, 저는 예전부터 존경심이 우러나오는 사람에게 ‘형님’자를 잘 못 붙이는 편입니다. 차라리 ‘선생님’이란 호칭이 편하지요. 하지만 나이 차이나 쌓아온 친분을 생각하면 정말 ‘형님’이라고 못할 것도 아닌데 수 십번이나 ‘그냥, 형님으로 불러라’하고 권유를 받고서야 형님 동생이 된 관계이지요. 한 번은 그 형님이 이런 얘기를 해주더군요…

누구에게나 ‘만나고 싶은 사람’이란게 있다. 뻔한거 아니겠냐. 나한테 밥 한끼라도 사주던가, 나를 시원하게 한 번 웃겨주던가, 아니면 나에게 배울만한 교훈을 안겨주던가… 모름지기 이건 모든 처신의 기본이 아닐까 싶다. 내가 남을 만나는 자리에 나갈때도 항시 이 셋 중에 하나는 지키려 했다. 돈이 없어 식사비를 낼 형편이 못 될 때는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해서 담소를 나누려 했고, 그러다 주머니 사정이 괜찮아지면 넉넉치는 못하더라도 따뜻한 밥 한끼 나누려 했지. 상대가 고민이 있으면 최대한 들어주고, 또 필요하다면 도움이 되는 말도 좀 해주고.. 이렇게 살다보니 나는 돈은 많지 않아도 주변에 사람이 많아. 그리고 알 수 있지, 그 사람들이 그래도 나를 진심으로 보고 싶어한다는걸 말이야. 누군가 나를 보고 싶어하고 만나면 진심으로 반가워 하고.. 그게 사는 맛 아니겠냐?


오늘이 스팀잇 3주년이 되는 날인가 봅니다. 제가 3년 전 8월에 가입을 했으니 적어도 2년 반(잠수 기간을 빼면 2년도 안되겠지만요)은 스팀잇 이웃의 한 명으로 살아온 것 같습니다. 저도 이렇게나 오랜 기간 여기에 붙잡혀(?) 있을 줄은 몰랐는데.. 아까 차 한 잔 마시면서 되뇌어 보니 그간 스팀잇을 중심으로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또 알게 모르게 내 생활에 스팀잇, 스팀 블록체인이란게 깊이 자리하고 있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기분에 군생활도 생각나고 해서 잠시 끄적여 봤네요.

스팀잇 3주년을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여러 이웃 분들과 자축하고 싶은 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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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κΈ΄κΈ‰ 질문] ν˜Ήμ‹œ μ§€κΈˆ μŠ€νŒ€μž‡ 둜그인이 νŠ•κ²¨μ Έ λ‚˜μ˜€μ‹œλŠ” λΆ„ μ—†μœΌμ‹ κ°€μš”?

연어입니다. (이 글은 질문성 글이므로 리워드 보상을 제외하였습니다) 혹시 지금 스팀잇(steemit.com) 쪽으로 로그인을 시도할 때 튕겨져 나오는 현상이 있는 분 계신가요?

키체인을 통해 스팀피크 같은 서드파티로 들어가면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데.. 제 개인적인 문제가 있는건지 스팀잇 상황이 좀 이상한건지 궁금해서 여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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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4] λ‚˜λΉ„νš¨κ³Ό

연어입니다. 상해에 설립했던 현지 법인 정리 준비를 위해 모 부장님과 제가 출장을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상해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하지만 역시 듣던대로 중국에서는 공항 밖으로 나서는 순간부터 영어를 배제한 채 의사 소통을 해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요. 그나마 중국어 몇 마디라도 아는게 저였던지라 얼마 되지 않는 단어와 표현들을 쥐어짜며 하나씩 대응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한 번은 택시를 타게 되었는데, 간단히 행선지 얘기를 나누고 나서 기사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척 봐도 외지에서 온 우리 일행에 대해 호기심이 일었는지 기사님이 먼저 말을 건네시더군요. 한국말 버전으로 풀어보면 대충 이러했습니다.

  • 어디서 오셨나요?
  • 아, 한국에서 왔습니다.
  • 오~ 대한민국! (따~한~민~궈)
  • 네, 사실 한국 땅은 그닥 크지 않은데 우리는 스스로 대한민국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대한민국이란 국호가 땅의 면적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성격 좋아보이는 (거대한 땅덩어리에 사는) 중국 기사님과 재밌게 얘기해 보려고 해번 말이었지요. 그런데.. 위트랄까 농담이랄까.. 어쨌든 저의 이 대답이 재밌게 들렸던지 기사님이 연실 박장대소를 하시더군요.

  • 그래 맞아요, 대-한-민-국! 그래도 한국 정도면 큰 거에요.
  • 에이… 상해 인구가 한국 절반은 될걸요?

이걸 한국말로 풀어서 이렇지, 정작 제가 썼던 표현들이야 무진장 쉬운 단어들만 나열한 것에 불과했지요. 중국어를 좀 아시는 분들은 이런 표현을 단어 몇개로 조합할 수 있다는 것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헌데, 이뿐만이 아니라 구글맵을 보고 대충 방향을 가늠해서 제가 한 두마디 한게 또 화근(?)이었지요.

  • 왼쪽으로요. (좌변 左边 )
  • 아, 오른쪽이요. (우변 右边)
  • 뒤로요. (후면 前面)

뭐, 이런 표현이 어려운 것은 아니에요. 수학 시간이라 생각하고 ‘좌변 - 우변 - 전면 - 후면’ 뭐 이런식으로 얘기하면 되거든요. 근데 이 단어를 막상 중국어로 발음해 보면

쭈오비앤 - 요우비앤 - 치앤미앤 - 호우미앤..

뭐, 이렇다 보니 얼핏 들으면 생소한 외국어 단어처럼 들리지 않았겠습니까? 이쯤되면 부장님께서 이렇게 생각을 하실법도 하죠.

‘오… 연어가 중국어 좀 하는데?’


한국에 돌아와 저와 출장 다녀온 보고겸 얘기를 하시던 모 부장님이 이런 말씀을 꺼내셨지요. 이게 어떻게 보면 이후 저의 역사에 있어 순간의 시작점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연어가 말입니다, 인재에요 인재! 영어면 영어, 중국어면 중국어 다 통하더라구요. 아, 글쎄 기사님하고는 중국어로 서로 깔깔거리면서 얘기도 나누는걸 제가 봤다니까요!”

함께 출장길에 고생했던 저를 북돋아 주시려고 칭찬겸 좀 오버해서 얘기해주신거긴 한데, 실상 따지고 보면.. 아시겠지만 공항이나 호텔 같은 서비스 업종에선 어지간한 영어들은 다 알아서 이해해주고, 같이 비영어권 현지인과 영어를 하게 되면 일종의 ‘인터내셔널 영어’를 쓰는거라 그닥 서로 피곤하게시리 어렵게 얘기할 필요도 없지요. 게다가 제가 쓴 중국어야 기껏 저정도 수준.. (단어 몇 개 조합하면 얼추 뜻이 통하거든요)

어쨌거나 부장님의 이 극성스러운 평가가 순시간에 ‘현지 법인 정리’에서 ‘현지 법인 재개’로 바뀌어 버리고 (꼭, 그 이유만은 아니었지만요 ㅋ), 누군가 나가서 교통정리를 할 사람으로 저를 우선순위 1위로 만들어버린 셈이 되었습니다. 물론, 최종 의사는 제가 오케이를 한 것이지만 이후 내용은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 상해 파견
  • 현지 적응, 안착, 기초 임무 완수
  • 어느날 저녁 심심풀이로 양꼬치 먹으러 가다가
  • 아이패드로 주식 차트를 보고 있는 사과 행상을 하는 아저씨 목도
  • 다음날 중국 가상화폐 거래소 물색 (OK코인, 후오비 발견)
  • 중국 인맥 총동원해서 가입 완료 (중국 현지 거주인 자격 증빙)
  • 한국 거래소에 있던 비트코인 이체, 일부 (한국에 없던) 라이트코인으로 변환
  • 중국에서 받은 월급 추가로 들이 박아넣음. (ATM으로 진짜 현금 집어넣었음)
  • 비트코인, 라이트코인 매집한답시고 되는대로 추가매입

… 그리고 최종 결론은… 외국인 계정 블락(Block), 코인 및 현금 인출 불가. 진짜 최종 결론.. ㅈ ㅔ ㄴ ㅈ ㅏ ㅇ


이것도 나비효과라면 나비효과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가끔은 자려고 자리에 누웠다가 내가 중국 거래소 계정을 블락당해 투자해둔 모든 코인을 날려먹게 된 시작이 어디였을까 생각해보면.. 왠지 그 때 그 기사님과 키득키득거리며 담소를 나눴던게 아니었을까 하며 농담처럼 웃어 넘기곤 합니다.

헌데 이게 나비효과의 과정이라면 지금 거기서 그칠 것이 아니겠죠. 몇 십억이 손아귀에 잡히지도 않은 채 날아가 버렸지만 그 때문에 나중에 암호화폐로 몇 백억(?)은 벌어야 직성이 풀리겠다고 농담삼아 호언이라도 하게 되었으니.. 누가 압니까? 정말 몇 백억 벌게되어 ‘나의 성공 스토리’에 이 에피소드를 꼭 넣어야만 페이지가 채워지는 사람이 될지 말입니다.


왠지.. 작은 사건 하나가 불씨가 되어 점점 더 깊고 광범위한 사건으로 옮겨가는 상황들을 티비를 통해 보게 되니 그냥 이런 잡설이라도 끄적거리고 싶은 일요일 오후가 되어서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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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2] μ—°μ–΄κ°€ μƒκ°ν•˜λŠ” μŠ€νŒ€ 토큰 (1) 토큰은 λŒ€μ²΄ μ–΄λ–»κ²Œ 써먹을 수 μžˆμ„κΉŒ?

연어입니다. 제목이 거창하긴 한데, 그냥 요즘 스팀엔진을 중심으로 바람이 불고 있는 토큰 시장에 대한 저의 생각들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어느 때부턴가 ‘토큰 이코노미’라는 개념이 회자되면서 기존의 코인과는 사뭇 다른 역할을 맡고 있는 토큰들에 대한 글들이 올라왔던 것 같습니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읽기가 좀 어렵더군요. 논문 아닌 논문이랄까요?

마침, 최근에 @minigame 님의 포스팅에 아래와 같은 댓글들이 오가면서 이와 관련된 글을 좀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23.png 원문: https://steemit.com/kr/@minigame/tpu


많은 분들께서 이런 생각을 하시리라 봅니다. ‘뭐 굳이 번거롭게 토큰 같은걸 만들고 쓰는거지? 기존에 있는 스팀과 스팀달러로도 충분히 다 할 수 있지 않나? 임대 시장도 열려있고 말이야.’

네, 많은 부분 일리가 있는 의견입니다. 왜냐하면 코인을 매개로 한 블록체인 시스템 자체가 자유롭고 공정한 전송과 분배를 실현시켜 두었기 때문이죠. 헌데 왜 저나 선무님, 오치님 같은 KR 커뮤니티 분들이 자꾸 이쪽 시장을 개척해 나가려고 하는걸까요?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을 겁니다. 오늘은 그 중에 실용적인 측면, 즉.. ‘스팀-스팀파워(임대)-스팀달러’에 연동되어 돌아가던 스팀잇 활동에서 매우 불편했던 부분을 스팀 기반의 토큰들을 활용해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를 한 번 알아보도록 할까요?


A라는 유저가 스팀잇에서 어떤 서비스나 프로젝트를 시작해 본다고 가정합시다. A가 제공하는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거나 혜택을 받으려면 참여자는 100스팀씩을 내야한다고 합니다. B와 C라는 유저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C는 A의 프로젝트는 마음에 드는데 도통 A라는 유저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쉽게 말해, 내 돈 100스팀 떼먹고 달아나면 어쩌지? 뭐 이런 고민이죠. 그래서 A가 (욕을 삼키며) C에게 제안합니다.

“아, 그러시면 100스팀을 보내지 마시고 저에게 100스파를 위임해 주시면 어떨까요?”

C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스파임대는 그냥 임대일뿐 소유는 나에게 귀속되니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습니다. 회수하고 싶을 때 임대회수를 하면 되니까요. 그래서 C가 임대형식으로 100스팀 투자에 오케이합니다. 하지만 평소 A의 활동을 신뢰하던 B는 임대같은 번거로움(회수할 때 일주일간 묶이기도 하니까요)과 일주일의 투자 공백을 싫어하여 그냥 쌩으로 100스팀을 전송해 주었습니다. 그럼 이렇게 되겠죠?

[ A ] <- 100 STEEM [ B ] [ A ] <- 100 SP(임대) [ C]

이제 A는 B에게서 받은 100스팀을 스팀파워로 파워업하고, C에게서 임대받은 100스팀파워를 더해 뭔가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B가 급히 자금을 회수할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B가 A에게 자신이 투자하였던 100스팀을 환급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A가 (투덜거리며) 얘기합니다.

“아, 지금 스팀을 몽땅 스팀파워로 전환해 놓은터라 파워다운에 들어가 회수를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파워다운 중이라도 혹시 스팀으로 투자하는 다른 분이 나타나시면 그 분에게서 받는 쌩스팀으로라도 얼른 되돌려드리도록 할게요”

B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어차피 C의 스팀파워는 A에게 위임되었을 뿐 C의 소유이고, B가 준 스팀은 A의 스팀파워가 되어있던 터니까요. 그런데 그 때 새로 A에게 투자해 보려는 D가 나타났습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A는 D에게서 받을 100스팀을 바로 B에게 쏴주려고 합니다. 그리고 B에게서 받은 스팀으로 파워업해 둔 100스파는 D의 지분이려니.. 하고 생각하려 합니다.

헌데, 새로 프로젝트에 가입하려던 D 입장에선 뭔가 좀 찜찜합니다. 그냥 가입비(?) 100스팀만 내면 문제가 아니긴 한데, 이 사람의 성격이 좀 깐깐하다 보니 자신이 가입하는데 따른 증표를 좀 확인받고 싶어합니다. A는 할 수 없이 기존에 가입해 있는 C, 새로 가입하려는 D, 그리고 프로젝트에서 빠져나가려는 B 등등 각자의 입장을 감안하여 이렇게 표를 짜봅니다.

321321.png

왠지.. 새로 가입하게 된 D는 여전히 찜찜하게 생각합니다.


자, 각자 입장에서 위 내용에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불편함을 정리해 볼까요?

A: 참여자들 파악을 하려면 기록에 의존해야 한다. B: 신속한 투자금 환매에 어려움을 겪다. C: 투자금을 떼이는건 아닌기 걱정하였다. D: (전송 기록은 남겠지만) 내가 프로젝트 가입자라는 명쾌한 증빙을 받지 못했다.

물론, 지금까지 우리들은 위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 왔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커뮤니티 내 상호간의 인간적 신뢰를 발동시켜야 했고, 정확한 기록을 복기해가며 지분을 파악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에 ‘토큰’이 끼어들게 되면 많은 부분 명쾌한 해결이 가능해집니다. 그대로 한 번 적용해 볼까요?

A가 프로젝트를 제안합니다. 그리고 스팀과 1 : 1의 가격 비율로 ‘트와이스’ 토큰을 발행하고 시장에 매물로 내놓습니다.

B가 100스팀을 들여서 프로젝트에 가입하려고 합니다. A가 얘기합니다. “그냥 시장에서 100스팀으로 100트와이스를 구매하시면 됩니다.” B가 100스팀으로 100트와이스를 구매하여 프로젝트에 참여합니다.

C도 100스팀을 들여 프로젝트에 가입하려 합니다. 혹시나 프로젝트 주인인 A가 사라지면 어쩌나 고민합니다. 그렇지만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트와이스 토큰을 보고 조금은 안심을 합니다.

D는 100스팀으로 100트와이스를 매입하며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과 마찬가지인 증빙을 받게 되었습니다. A는 가입신청 뭐 이런걸 따로 받거나 A계정으로 전송내역을 확인하지 않아도 나중에 D라는 계정이 100트와이스를 매입하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동시에 일정 지분을 확보하게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D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차이가 무엇일까요? A가 토큰을 발행하고 유통시킴으로 인해서 A는 B, C, D와 직접적인 관계에서 시장을 거친 간접적 관계로 변화되게 됩니다. 그리고 B, C, D는 시장에서 직접적으로 거래를 할 수 있는 1차적 관계가 되는 것이죠. 왠만한 것은 A를 통하지 않고 시장을 통해 사고(참여) 파는데(탈퇴) 있어 서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습니다. 그림으로 그려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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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계쯤 될겁니다. 모든 참여자들과 A가 개별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죠. 하지만 토큰을 발행함으로써 그 관계는 이렇게 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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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토큰을 중심으로 한 시장이 형성되므로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은 A와 직접적인 거래가 아닌 시장내의 매수/매도 행위를 통해 프로젝트에 가입/탈퇴를 하는 것이고, B와 C나 D가 서로 상반된 입장에 있을 때 A가 직접 나서 처리하기 보다는 각자 시장의 논리에 따라 처리하면 되는 것이죠.

또한, A 입장에서는 물론 개별적으로 어떤 관계가 형성되어 있긴하지만, 프로젝트 생성과 관리 측면에서 보면 모든 참여자들을 발행 토큰의 구매-보유자 현황을 일괄적으로 파악함으로써 이익의 분배나 배당, 소유권 이전 등을 보다 편리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토큰 발행에 따른 잇점이라고 할 수 있지요. 아마도 몇몇 토큰을 구매해보며 실제 프로젝트에 참가해 보신 분들은 금방 체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닐까 합니다. 뭐, 잘 모르시겠다면 FUND 토큰을 구매해 사딸라 펀드에 가입해 보시는 것도.. ㅋㅋ (어케 하다보니 홍보로 끝맺음을 ㅋㅋ)


  • 펀드 발행 소개 글 : https://steemit.com/kr/@jack8831/2019-03-13-fund
  • 펀드 발행 안내 글 : https://steemit.com/kr/@kr-fund/2019-03-12-fund
  • FUND 토큰 구매 참여 : https://steem-engine.com/?p=market&t=FUND
  • FUND 토큰 지분 현황 : https://bloks.xyz/token/FUND
  • 펀드 안내 영문(1) : https://steempeak.com/kr-fund/@kr-fund/introduce-what-is-fund-token-on-steem-engine
  • 펀드 안내 번역(1) : https://steempeak.com/kr/@kr-fund/f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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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1] 71λ…„ 만의 기회

연어입니다. 방금 저녁 뉴스를 보시던 어머니의 얘기를 전해듣고는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오늘 법원에서 ‘여순사건’ 희생자에 대한 재심이 71년만에 열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렸나 봅니다. 예전에 이곳 스팀잇에 여순사건의 가장 큰 희생자였던 제 친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던 적이 있었지요. 여순반란사건, 여순봉기, 여순항쟁 등등… 제주 4.3과 더불어 어떻게 이름 불러야 할지도차 정치적 쟁점에 서있는.. 그야말로 한국 현대사에 있어 가장 슬픈 비극중에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71년이 지난 지금껏 진실이 규명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겠습니다.

저는 이 글을 빌어 여순사건에 대한 역사적 평가나 정치적 쟁점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여순 사건을 이해하는 것 부터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여기엔 제주 4.3과도 연결이 되어 있고, 무엇보다 당시 이승만 정권을 둘러싸고 팽팽했던 좌우익, 친일 등등이 모두 얽혀버린 현대사 비극이기 때문입니다. 헌데, 저희 할아버지를 둘러싼 사건들이야 말로 작게 보면 한 집안의 비극이고, 크게 보면 통탄할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압축판이니..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어떤 역사 학자분께서 저희 집안을 무대로 역사소설을 쓰고 있다는 얘기가 전혀 허무맹랑한 얘기는 아닐겁니다. 어떨 때는 제가 이참에 소설 하나 써버릴까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

대개의 여순사건 관련 희생자분들이 그러하듯, 저희 할아버지와 관련된 내용들도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늘 의문을 품고 여러 정황상 추정해 본 바가 있었는데, 몇 년전 상해에 거주할 당시 돌아가신 친할머니의 장례 때 친척이신 어느 분으로 부터 제가 추측했던 것과 매우 부합한 얘기들을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 분이 아마 TV 뉴스속 화면에 나오셨나 봅니다. 어쨌거나 저의 아버지를 기준으로 얘기를 한 번 풀어가 볼까 합니다..


아버지를 기준으로.. 저의 할아버지 집안은 여수, 할머지 집안은 순천이었나 봅니다. ‘여순’이 여수와 순천의 준말이니.. 그야말로 타이틀 부터가 남의 얘기가 아닌거였죠. (근방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여수와 순천은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지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집안은 벼슬생활을 거하게 하셨던 조상님 덕분에 비교적 풍요롭게 터전을 잡고 살아왔던 씨족 집안이었습니다.

반면에 할머니 집안은 순천에 경찰청장이었던 할머니의 오라버니 되시는 분 덕분에 권세 꽤나 잡고 있던 것 같습니다. 제 추측이 맞다면 아마 친일 전력이 있었겠지요. 일제 시대때 부터 이승만 정권하에 이르기까지 당시 경찰쪽이라면 군을 좌지우지 할 만큼의 권세가 있었으니까요. 결국 모양새로는 여수와 순천에 각각 가장 잘 나간다는 집안끼리 혼사를 맺은 셈이 됩니다. 뒷얘기지만 할아버지가 할머니와의 결혼을 그렇게나 싫어하셨다던데..

지역에서 꽤나 전통있는 집안의 똑똑한 장손이고 교직에 몸담고 있던 할아버지는 아마도 당대에 많은 지식인이 그러했듯 사회주의 운동이라던가 좌익운동에 빠져들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여러 정황들을 보았을 때 그렇지 않고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거든요. 뭔가 핵심적인 인물로 처형된 점, 이후 정부에서 권세 꽤나 누리신 할아버지 친구분들의 함구, 기타 여기에 적기 어려운 몇몇 내용들에 비춰볼 때 그러했을거란 저의 추정입니다. 이쯤되면 이 대한민국 땅에 또 ‘빨갱이’ 운운하는 얘기가 있겠지만, 뭐 저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해방 이후 혼란스럽던 대한민국 땅에 항일만 해도 빨갱이란 딱지를 붙이던 시절이었고, 지금의 정치적 견해나 가치관로 평가하기 어려운 역사적 사실들이 얽혀있으니 말입니다.

어쨌거나 제주도에서 부터 불어닥친 여수-순천 일대의 혼돈 속에 그 일대는 쑥대밭이 되어버렸고, 할아버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어떤 인권도 행사하지 못한 채(하긴 그 당시에 그런 개념이나 있었을까 싶네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 분이 왜 잡혀들어가셨는지, 어떠한 판결을 받은 건지, 언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모든 여순 사건의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그 어떤 자료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총칼을 들이미는 권력에 굴복해야 했던 많은 보통사람들과, 자신의 입신을 위해 오늘의 동지도 적으로 바꾸고 마는 지인들 속에서 갓 태어난 아이 하나 업고 여기저기 눈물로 할아버지를 찾아나섰을 할머니만 그저 떠오르네요. 제대로 면회 한 번 하지 못하고 두 분의 인연은 그냥 끝나고 말았다 합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게.. 군이 주도하는 총부림 속에서 할아버지를 그나마 막아줄 수 있었던.. 최소한 죽음만은 피할 수 있게 해줄 권력이 있던 할머니의 오라버니마저 본인의 입지 때문이었는지 결국 할아버지를 외면하고 말았다는 사실입니다. 어차피 깨질 인연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잘 나가던 두 집안의 혼사로 이어진 인연이란게 참으로 부질없지요. 이후 할머니는 그 오라버니란 분의 강압아닌 강압으로 재혼을 하셨으니.. 사실 저나 제 아버지나 할머니를 많이 뵙지 못한건 그런 연유에 기인하였지요.

상해에 있을 때 할머니 부고를 듣고 어렵사리 비행기 표를 끊어 순천까지 왔을 때, 우연한 이유로 저희 집안의 슬픈 역사를 알게 되신 한 집안 어르신께서 저와 아버지를 붙잡고 펑펑 우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청년 시절 할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내막을 수소문하다 모든 것을 체념하신 아버지는 그저 모든 것은 다 순리대로 될거라며 가족들만 바라보고 사셨는데, 그래도 그 분이 오랜 기간 여기저기 얘기를 듣고 다니시며 알게 된 사실들을 저희에게 알려주었을 때 많은 부분 마음의 위로가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손주된 입장을 떠나 대한민국 정부의 국민인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그저 역사책이나 다큐멘터리가 아닌 직접적으로 관련된 집안의 한 후손으로서 이번 여순사건과 관련된 재심의 결과를 지켜볼 생각입니다. 진실은 규명되어야 할 것이고, 역사적 과오가 있다면 밝힐건 밝혀야겠지요. 일평생 할아버지의 모습을 기억조차 못하시는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71년 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이 기회를 그냥 그렇게 넘기지는 않으려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FPvW6lxg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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