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모든 일에는 다 명암이 있나 봅니다. 근래 높아진 저자 보상때문에 옥신각신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예전부터 늘 논의되던 문제기도 하고.. 다만 보상의 침체 기간이 오래 되다보니 없는 파이(pie)가지고 논의가 많았는데 이제는 많은 보상이 또 다른 논의거리를 만들어 내는가 봅니다. 문득 제 주변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생각나서 한 번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저를 포함해서 6명의 절친한 동네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초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냈고 어떻게 하다보니 대학 입학후 똘똘 뭉치게 되었죠. 한 명씩 보면 다들 괜찮은 녀석들이고 흔히 그렇듯 이래저래 20대 초반의 죽돌이들이 되어 학창 시절 추억을 쌓아갔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시차는 있었지만 다들 사회로 진출하게 되었죠. 문제는 그 때부터 생겼습니다.
친구들이 한 두 명씩 차(車)를 사기 시작했습니다. 사회 생활을 통해 돈이 좀 생기다 보면 남자는 의례 차에 눈이 돌아가게 되어있죠. 아시겠지만 직장 생활 몇 년 했다고 차란 것을 그리 쉽게 장만할 수 있었겠습니까? 좀 무리해서 아반떼급의 차를 할부로 사는 정도였지요. 그런데 한 녀석이 당시 새로 나왔던 뉴EF 소나타를 뽑았지요. 그리고.. 그 친구가 없는 모임 자리에서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이러했습니다.
“뭐야.. 자랑질이야? 지가 뭐라고 중형차부터 뽑아?”
워낙 서로 친한 친구들이니까 종종 쓴소리도 하고 험한 소리도 하곤 했지만 저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얘들아. XX가 워낙 차를 좋아하쟎냐. 덩치도 만만치 않고. 이왕 차 장만하는거 좀 크게 시작했다고 생각해 주자.”
그리고 그 친구를 혼자 만난 기회가 있을 때 얘기해 주었지요.
“워~ 축하해. 너답게 시원하게 시작한다. 이게 네 스스로 뽑은 첫 차네? 사고 없이 잘 운행하고 나도 좀 잘 태워주고”
그리고 몇 년 후.. 다른 친구들이 슬슬 소나타로 차를 바꿔야 하네 마네 할 때 그 친구는 외제차를 뽑았습니다. 예상 되시겠지만 반응은 (안 좋은 의미로) 폭발적이었습니다. 아니.. 폭발했다고나 할까요?
“장난하나? 이젠 염장질이야? 회사에서 얼마나 잘 나간다고 외제차 씩이나 뽑고 그러실까?”
저는 또 얘기했지요.
“야야.. 툭 까놓고 너희들은 외제차 한 번 안 몰고 싶냐? 너희들도 다 잘 될거고, 그럼 외제차 굴려볼 때가 분명히 올 터인데 그거 좀 먼저 시작했다고 그럴거 까지 있냐. 그냥 좀 축하해 주자.”
그리고 그 친구만 따로 만났을 때 얘기해 주었습니다.
“어이~친구. 축하해. 그래도 네가 우리들 중에서 제일 먼저 외제차를 뽑는구나. 쫌만 기다려라. 내가 보조 맞춰줄테니까”
그러고 보면.. 가까운 사이라는게 이런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친한 사이.. 가까운 사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이일수록 오손도손 비슷비슷하게 잘 되는걸 바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회란게 꼭 그렇게 되지만은 않지요. 속도의 차이가 있을수도 있고, 서로의 욕심이나 라이프 스타일도 많이 다르니까요. 그렇지만 주변인이 잘 되는 것이 어차피 내가 원하는거고 나도 그렇게 되리라 생각한다면 굳이 배아파 하거나 억울해 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이것도 마음의 여유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약간의 여유를 놓쳐버리면 그런 마음이 들겠지요. 물론 저라고 안그런것은 아닙니다. 제가 수도승도 아니고.. 저도 배 아프고, 자극받고, 열도 받고, 시샘도 나고 그럽니다. 하지만 그 열불(?)을 조금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고갈 수 있다면 저 또한 그런 단계에 올라설 수 있다고 보니까요. 같이 잘 되는게 좋지, 같이 어그러지는게 좋지는 않지 않습니까? 다만 그 시차를 상대적 박탈감으로 느끼기 보다는 좋은 의미의 자극거리로 삼으면 어떨까 합니다.
워낙에 이 커뮤니티에 좋으신 분들이 많고, 어떤 논쟁이 생기면 사실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선택이 어려울 정도로 각각의 명분도 명확하고 인격과 행실에서도 존경스러울 경우가 많았습니다. 좀처럼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들은 분명 있겠지요. 그런 것은 계속 대화하고 논쟁하고.. 종종 싸워도 가면서 맞춰가야 하겠습니다만.. 모두가 원하는 것이 이 스팀잇에서 수익도 잘 챙기고 소통의 보람도 느끼고 하는거라면 그 길이 가로막히지 않게 조금씩만 양보하면 어떨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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